일렉기타를 연주하는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고 많이 쓰는 디자인을 꼽으라면 역시 아무래도 스트라토캐스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고 그런 스트라토캐스터를 가진 대부분의 연주자들은 피할 수 없는 병을 얻게 됩니다. 텔레병. 텔레캐스터를 지르는 것 외에는 별다른 치유 방법이 없는 불치병이죠.
볼수록 뭔가 원초적이고 아름다운 이 텔레캐스터가 바로 세계 최초의 일렉기타입니다. 정확히는 1931년 리켄배커에서 개발된 프라잉 팬을 제외한 세계 최초의 양산형 일렉기타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펜더에서 출시한 70주년 기념 에스콰이어 (출처 : fender.com)
사실 텔레캐스터가 처음 나왔을 당시의 이름은 텔레캐스터가 아니었습니다. 펜더 그리고 텔레캐스터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브로드캐스터, 노캐스터와 같은 이름들도 들어보셨을 텐데요. 그 여러 이름들 중 첫 시작은 바로 에스콰이어입니다. 에스콰이어는 양산형이 아닌 수제작으로 시험 삼아 생산된 펜더 최초의 솔리드바디 일렉트릭 기타로 픽업이 1개만 장착된 것이 특징입니다. 또한 첫 기타인만큼 트러스로드라는 개념이 생기기 전이기에 넥이 휘어지면 조정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고 합니다. 2020년 펜더에서는 텔레캐스터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이 에스콰이어의 70주년을 기념하는 한정판 모델을 출시하기도 하였는데 마침 저희 국제미디에 아름다운 서프그린 색상이 1대 남아있답니다.
에스콰이어가 완성된 다음해인 1951년, 에스콰이어 시험 생산을 통해 파악된 부족한 부분들을 개선하여 브로드캐스터(Broadcaster)를 출시하게 되나 이미 브로드캐스터(Broadkaster)라는 모델명의 드럼을 판매하고 있던 그레치로부터 상표명에 대한 소송에 걸리게 된 펜더는 모델명을 아예 떼버리고 생산을 이어갑니다. 이 때 생산된 기타들이 바로 모델명이 없다고 하여 노캐스터로 불리게 됩니다.
52년, 60년, 62년의 텔레캐스터 로고 (출처 : pinterest.com)
여전히 같은 해인 1951년, 당시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발명품으로 인정받던 텔레비젼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최첨단 기술이 담긴 일렉트릭 기타를 지향한다는 의미를 담은 모델명으로 작명하게 되며 결국 한 해에만 세 개의 이름을 거쳐 드디어 텔레캐스터가 탄생하게 됩니다.
텔레캐스터는 이후 출시되는 스트라토캐스터와 비교하면 사람의 인체 구조에 맞게 바디를 깎아내는 컨투어 처리가 되어 있지 않은 보다 각지고 두툼한 바디 형태를 가지고 있어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인식과는 다르게 의외로 두터운 사운드와 풍부한 울림을 들려주는데 여기에 텔레캐스터 구조 특유의 금속 플레이트 브릿지에 고정된 리어 픽업과 금속 커버가 씌워진 프론트 픽업의 특성이 더해져 흔히 떠올리는 텔레캐스터의 까랑까랑하고 특별한 사운드가 만들어집니다.
John 5 (출처 : musicradar.com)
1950년대 첫 탄생한 이후 지금까지 씬라인, 카브로니타, 플러스, 커스텀, 디럭스, 내슈빌 등 다양한 컨셉의 텔레캐스터 후속 모델들이 출시되었으며 수많은 아티스트들의 취향이 반영된 다양한 사양의 시그네쳐 모델들 역시 지속적으로 출시되어 오고 있습니다.
Radiohead의 Jonny Greenwood (출처 : namuwiki.com)
Mogwai의 Stuart Braithwaite (출처 : theguardian.com)
그렇게 수많은 텔레캐스터 모델 중에서 전통적인 사양이나 외관에 충실하며 흔히 ‘근본 텔레’라고 불리우는데 가까운 모델 2대를 선별하여 소개드리려 합니다.
각 브랜드에서 추구하는 방식을 통해 마치 오래도록 연주되어 온 듯 빈티지한 외관을 재현해낸 멋진 블론드 색상의 텔레캐스터 모델들입니다.
먼저 펜더의 리이슈 텔레캐스터 중 가장 인기 많은 년도라 할 수 있는 52 텔레의 슈퍼 헤비 레릭 커스텀샵 모델입니다. 펜더의 슈퍼 헤비 레릭 모델들은 볼 때마다 마치 예술작품을 보는 듯 경이로운 느낌을 자아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올드한 외관과는 다르게 사양면에서는 연주자의 편의성을 위한 세심한 디테일들을 담아냈습니다.
고유의 넥감으로 두터운 매니아층을 자랑하는 소프트 V 넥, 내로우 톨 사이즈의 프렛, 7.25-9.5의 컴파운드 래디우스 곡률이 합쳐져 자칫 연주하기 어려울 수 있는 빈티지 특유의 연주감이 아닌 손에 꽉 들어와서 마치 계속 연주를 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펜더 커스텀샵만의 유니크한 연주감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다음은 펜더 스타일 일렉기타를 원하는 입문자들을 위해 합리적인 가격대에 펜더의 아이덴티티를 계승한 모델들로 오래도록 많은 인기를 얻어오고 있는 스콰이어의 4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출시된 빈티지 에디션 텔레캐스터 모델입니다.
펜더에 레릭 모델들이 있는 것처럼 스콰이어의 해석이 담긴 오래도록 연주되어 에이징된듯 특별하고 레트로한 외관이 텔레캐스터 고유의 멋을 한층 높여주며 이 모델 역시 보여지는 모습과는 다르게 편안한 연주감을 위한 디테일한 사양들이 돋보입니다.
사틴 피니쉬 처리된 넥, 내로우 톨 사이즈의 프렛, 9.5인치 곡률이 매끄럽고 편안한 연주감을 느끼게 해주며 펜더에서 디자인한 싱글 픽업 세트가 장착되어 전통적인 텔레캐스터의 사운드를 들려주는데 부족함이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일렉기타도 정말 많은 발전이 이루어졌고 보다 편리한 기능과 다양하고 범용적인 사운드를 추구하는 모델들도 그만큼 많이 등장하였지만 70년의 세월간 수많은 명반에 담긴 텔레캐스터의 원초적이고 러프한 매력은 분명히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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